리튬 배터리인 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로 인해 다수 사망자가 발생하자 화재 대응 매뉴얼·안전 기준 부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일차전지는 화재 위험성이 적은 물질로 분류됐으나 한 번 화재가 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의 아리셀 공장에서는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고 폭발도 연달아 발생한 탓에 안에 있던 다수의 작업자가 대피하지 못하고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일차전지는 화재 위험성이 작은 것으로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이 없다. 리튬은 상온에서 순 산소와 결합해도 발화하지 않는다.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다.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차전지라고 하더라도 일단 불이 나면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화재에서 볼 수 있듯 리튬은 반응성이 큰 금속이다.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면서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화재도 시작은 1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했으나, 여기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소방당국은 이러한 ‘금속화재’는 진압의 어려움과 위험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백색 섬광이 발생한다. 또한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000도 이상의 고온을 보여 매우 위험하다.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번 화재는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극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한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사용했지만 물이 아닌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불을 꺼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불길이 거세고 연기가 순식간에 내부에 가득 퍼진다면 소방 인력의 진입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리튬 배터리가 폭넓게 사용되면서 안전 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 속에서 리튬 배터리는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들어가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