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1000원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가격을 올리면서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한 역사에 위치한 이른바 ‘무조건 1000원 빵집’은 지난달부터 빵 가격을 300원 올리면서 현수막 문구도 ‘무조건 1300원’으로 바꿨다. 이 빵집의 70대 직원은 “1000원짜리 하나 팔아 200~300원 남겼는데 공장에서 가격을 올려버리니 별수 없다”고 말했다. 이 빵집은 가격이 오른 빵 옆에 오징어포나 젤리, 떡을 진열해 팔기 시작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역 1000원 빵집도 지난달 빵 가격을 200원 올렸다. 이곳 역시 매대의 70%를 오징어·아귀포와 젤리, 과자 등으로 채웠다.
이처럼 1000원 빵집이 빵 가격을 올린 것은 인플레이션 여파로 운송·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밀가루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24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밀가루는 지난 3~4월 제분업체 4사가 평균 3.2∼6.5% 정도 가격을 내리면서 안정세를 찾았다.
1000원 빵집 사업 제조·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빵 원료 가격은 안정을 찾고 있어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운송 비용, 판매점 임대료, 인건비 등 원료 외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빵집에 들어오는 빵 가격은 1개당 평균 500~600원에서 650~800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1000원 빵집 간판에 100~300원의 추가 요금이 붙자 매출이 감소했다고 점주들은 토로했다. 강남구 역사 빵집은 가격 인상 이후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고 약 100만원이던 하루 매출도 많아야 6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고속터미널역 빵집도 300만~400만원이던 하루 매출이 2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주일에 4~5차례 1000원 빵집을 이용했다는 30대 손님은 “한 번 이용할 때 5000원어치 정도를 샀는데 이젠 같은 양을 사면 6000~7000원을 내게 돼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한 대학생 손님도 “질이 나쁘지 않은 1000원짜리 빵을 구매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