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횡령 회수율 10%↓… “내부 통제로 예방 어려워”

입력 2024-06-23 17:15

금융권 횡령 규모가 지난 6년간 18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매달 횡령 사고가 일어나는 가운데 회수율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이번 달(14일 기준)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1804억2740만원에 달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533억2800만원으로 전체 횡령액의 85%를 차지했다. 이어 저축은행(164억5730만원), 증권(60억6100만원), 보험(43억2000만원), 카드(2억6100만원) 순이었다.

횡령 규모는 2021년 이후 급증했다. 2018년 56억6780만원, 2019년 84억5870만원, 2020년 20억8290만원이던 횡령액은 2021년 156억9460만원으로 뛰더니 2022년 827억562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642억6070만원이나 됐다.

올해도 매달 횡령 사고가 보고됐다. 11건에 전체 횡령액은 15억650만원이다. 이중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해당 사건 직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라며 횡령이 아닌 사기로 이번 사건을 분류·보고했다. 실제 금융권 횡령액 규모가 금감원 집계보다 많을 수 있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어나는 횡령액과 달리 환수액은 175억5660만원에 불과했다. 환수율(9.8%)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최근 6년새 횡령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의 경우 3.1%(25억7900만원)만 환수가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환수율이 2.4%(15억4980만원)로 2018년 이후 가장 낮았다.

강 의원은 “금감원의 관리·감독을 비웃듯이 횡령 사건이 매달 발생하고 있다. 금융사 임직원의 준법 의식이 심각한 수준으로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통제 방안으로는 횡령 등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EO에게도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게 함으로써 내부통제 시스템이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실질적으로 임원이나 CEO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조직문화에 대한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하겠단 뜻도 내비친 상태다. 금감원은 금융사 조직문화와 관련한 모범관행을 마련한 뒤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