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서울의 한 쪽방 주민들이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건물주가 갑자기 나가라고 한 건데 주민들이 옮겨갈 거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SBS에 따르면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에서 보증금 없이 3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고 사는 주민들은 열흘 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한 달 전 건물주가 건물이 오래돼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한 달 치 월세를 받지 않을 테니 나가 달라고 갑자기 요구한 것이다.
전기와 가스를 끊겠다고도 공지했는데 주민들이 반발하자 일단 이달 말까지 퇴거 기한이 열흘 연장됐다. 20명 정도는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났지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인 11명은 아직 이사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이 고시원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쪽방으로 분류돼 일부 주민들은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식권과 생필품을 제공받아 왔다. 이런 쪽방으로 가야 혜택이 유지되는데, 비슷한 쪽방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이사 갈 집을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는 현행법상 한 달 전 퇴거 통보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건물주와 서울시가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시가 관리하는 쪽방 가운데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건물주의 퇴거 요구가 적법한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