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범위와 관련해 미국산 무기의 사용 제한을 추가로 완화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미국산 무기로 접경지역의 러시아 본토를 반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지 몇 주 만에 이뤄진 추가 조치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무기 사용은 하르키우 인근 러시아 영토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정책의 초점은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발포할 때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군수품을 사용해 (러시아) 지상군에 반격할 수 있는 능력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정당방위로, 우크라이나군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이러한 미묘한 메시지 변화는 미국이 하르키우에 대한 국경 간 공격에 대응해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조용히 승인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 우려 탓에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은 금지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산 무기 사용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이어 더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제한을 더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8일 미 공영방송 PBS에 “이것은 지리가 아닌 상식에 관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거나 공격하려고 한다면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공격하는 세력에 맞서 반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계속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6일 방송된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은 무기를 러시아와의 국경 인근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모스크바나 러시아 정권을 공격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서방산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게 허용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