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악행, 놀라” 밀양 가해자 자필사과…200만원 후원도

입력 2024-06-21 09:16 수정 2024-06-21 09:31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박모씨가 쓴 자필 사과문.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 영상 캡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남성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는 한편 피해자에게 후원금 200만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해 온 유튜버 중 한 명인 ‘전투토끼’는 20일 ‘밀양 가해자 박○○ 최초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박모씨가 이메일로 보내온 2장 분량의 사과 편지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을 “20년 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박○(개명 후 박○○)”라고 밝히며 “무슨 말을 해도 공분을 살 것 같아 두렵고 후회스럽다. 피해자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피해자분께 직접 (사과)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년 전 당시 고등학생으로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온라인상에 퍼진 판결문 정보가 맞다”면서 “당시 특수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피해자와 합의가 돼 소년재판으로 넘어가면서 1호, 3호 처분을 받고 사회봉사를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때의 처벌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차라리 그때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제대로 사과했으면 피해자분과 국민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건들로 혼자서 많이 좌절하고 허송세월 흥청망청 살다 보니 40이 다 돼가는 나이가 됐다”며 “유튜브에 제 사진이 공개되고 제 악행이 얘기될 때 놀라기도 했지만 제가 이런 놈이구나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박모씨가 공개한 피해자 후원 내역.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 영상 캡처

박씨는 “평생을 외식 한 번 안 해보고 농사만 지으시다 암 수술하신 부모님께 너무나 송구스럽고 죄스럽다”면서 “지금이라도 피해자분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 전해 달라. 아무리 어릴 적 철없는 미성년자였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는 나이 불문이라고 느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많이 배우질 못해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감사하겠다”면서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살아가며 사죄하고 또 사죄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 중인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정후원’을 통해 200만원을 기부한 영수증을 첨부했다. 전투토끼는 “박씨가 피해자 몰래라도 피해자에게 조금씩이나마 후원하며 살겠다고 했다. 그가 후원 내역 공개를 원치 않았지만 제 고집으로 공개한다”고 전했다.

밀양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여자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으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가해자 폭로가 이어지며 재조명됐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이었는데 이들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전과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분이 일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