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 성상납’ 김준혁, 이대 동문 맞고소…“반성한다던 의원, 맞나”

입력 2024-06-21 00:0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총선 기간 ‘이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학교법인 이화학당과 이화여대 동창 모임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에게 피소당하자 ‘맞고소’에 나선 것이다.

당초 김 의원은 총선 직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그랬던 김 의원이 당선 이후 태도를 바꿔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학교법인 이화학당과 이대 동창 모임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 의원 대신 보좌진이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이화여대 측은 “김 의원이 ‘이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이화여대 졸업생과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추가적 대응은 매우 유감이며 추가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화를 사랑하는 동창 모임’은 이날 오전 김 의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인에는 이강옥·김활란 전 이대 총장 유족,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 김혜숙 전 이대 총장,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김금래 전 여성부 장관, 나영균·호재숙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화여대 동창 1400명 이상도 고발에 동참했다.

이날 대표로 고발장을 제출한 김혜숙 전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허위 사실에 기초해 이화인에게 심각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화학당과 김활란 전 총장 유족도 지난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김 의원을 고소한 바 있다.

이에 김 의원 측은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과 김혜숙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을 고소하며 맞불을 놨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선임비서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SNS에 글을 올리고 “이미 지난 총선 기간 일부 이대 동문으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화학당 등이 추가 고소를 한 것은 수사기관 압박용이자 의정활동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교육부 장관 등을 포함해 이대 출신 1400여명이 고소를 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수사기관과 나를 압박하려는 행위 아닌가”라며 “나는 김활란뿐 아니라 친일·반민족 행위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어떤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절대 물러서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그런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기간 김 의원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사과했다. 그는 지난 4월 2일 SNS에 “수년 전 유튜브에서 김활란 총장 관련 발언에 있어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왼쪽)과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대생 성상납' 발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을 고발한 뒤 김 의원 측 최원석 선임비서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 의원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경솔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한 의원의 행동이라기에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정서상 통용되는 정치 문법으로 보면 김 의원의 고소는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사회적 대화가 멈춘 상황에서 모든 사안이 사법 만능주의로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