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최근 2년 사이 전세사기 피해 대응으로 재정·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든든전세’라는 신규 사업까지 떠맡은 탓이다. 든든전세가 일종의 인대업인 만큼 건물·세입자 관리까지 맡아야 하다 보니 인력 부족 우려가 더 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미흡(D) 등급을 받으면서 내년도 운용비마저 깎이게 됐다. 정부 정책 시행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와 HUG에 따르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기 거주가 가능한 ‘든든전세주택’ 입주자 모집공고가 오는 27일부터 시작된다. 든든전세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HUG가 매입한 빌라·다세대 주택 등 비아파트를 주변 시세 대비 90%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복지 제도다. 공급을 위한 물량은 경매 낙찰 등을 통해 확보하는데, LH와 HUG는 각각 2860가구, 590가구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HUG 확보 물량의 경우 다음 달 24일부터 입주자를 모집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HUG의 역할이다. 주택 임대업이 업무의 한 축인 LH와 달리 금융기관인 HUG는 해당 경험이 전무하다. 그러다보니 ‘건물 및 세입자 관리’라는 신규 업무를 위한 인력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위한 인력을 채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HUG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해에도 D등급을 받았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 여파로 내년도 예산에서 경상경비가 0.5~1.0%가 깎이게 생겼다. 경상경비는 인건비와 부서운영비,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한다. 사실상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유병태 HUG 사장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 정도가 다행인 수준이다.
D등급을 받은 만큼 성과급조차 받지 못하는 기존 인력들이 신규 업무까지 떠맡아야 할 구도가 형성되면서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D등급을 받은 이유가 전세보증 강화라는 정부 방향성에 적극 협조한 탓이라는 점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HUG는 지난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못 받은 전세금을 대신 변제해주느라 3조5540억원을 지출하면서 3조8598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9월 ‘임대차3’법 통과 이후 정부가 보증 수수료율을 70~80%로 낮춘 탓에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쉬워지면서 발생한 후폭풍이기도 하다. HUG 관계자는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