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분쟁, 재난,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인도적 위기에 처한 난민을 포함한 사람들의 생존과 회복, 삶의 재건을 지원하는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우리도 난민이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제구조위원회는 강제로 집을 떠나는 이주민이 지난 10년간 2배 증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주했다고 전했다. 이는 분쟁, 재난, 기후 위기 등의 원인으로 강제 이주한 난민, 망명 신청자, 국내 실향민을 포함한 숫자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의 52%가 시리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12년간 전쟁의 영향으로 시리아의 난민 사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680만명이 2011년 이후 본국을 떠났고 680만명의 사람들은 국내 실향민으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격화되며 830만명의 난민들이 해외로 이주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정권 교체 이후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급증했고, 340만명의 국내 실향민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발간 ‘통계로 본 6·25전쟁’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에 시작된 전쟁은 1129일간 이어져 한국 땅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370만명의 이재민, 10만명의 전쟁고아,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생겼다.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370만명의 이재민 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국내 실향민 수와 같다.
국제구조위원회의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 총재는 “세계 난민의 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숫자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새로운 약속을 기념하는 날이 돼야 한다. 무고한 민간인들은 이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 희생자이며, 그들의 존엄성과 희망에 대한 지원이 핵심”이라며 “전 세계 난민의 75%가 서구가 아닌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으며, 400억 달러의 인도적 자금 부족에 직면한 만큼 민간, NGO, 정부 및 다자간 기구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위기 긴급 대응,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난민 지원, 아프가니스탄 안전·복지·교육 지원, 에티오피아 분쟁 및 기후 난민 의료지원, 분쟁피해아동 심리치료 지원 등을 실시해오고 있다. 또한 미국 전역에 난민의 재정착을 돕는 28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서 망명 신청을 시도하는 가족들을 돕고 있다.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위기, 2023년 수단 위기, 2024년 가자 지구 위기 등 전 세계적으로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리비아 대홍수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강제 이주민의 숫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한국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우리의 모습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할 차례”라고 밝혔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우리도 난민이었습니다’ 캠페인은 웹사이트 및 공식 SNS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후원은 정기후원 및 일시후원 모두 가능하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