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부랑아 수용을 명목으로 세운 수용소인 선감학원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와 경기도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 10여명 대상 총 20억원 상당의 국가배상을 지급하라는 주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 정회일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선감학원 피해자 강만용 외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4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을 전부 합치면 약 22억원이다.
재판부는 “국가 경찰은 아동들의 위법한 수용을 주도했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리 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며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인 경기도는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지어 6세에 수용된 아이도 있고 대부분 10세에서 11세 나이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해서 여러 가지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위자료는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더 오래 수감된 피해자에게는 증액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오래 수용됐을수록 더 많이 힘들고 그만큼 교육의 기회도 박탈됐다고 봤다”며 “그 이후 원고들의 삶도 수용 기간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국가가 주도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가 부랑아를 격리, 수용한다는 명목으로 서해 선감도(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세운 수용시설이다. 광복 후인 1946년 2월에는 경기도가 관리권을 이관받아 운영하다 36년 후인 1982년 9월 폐원했다.
당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 조직으로부터 강제 연행된 아동과 청소년들은 선감학원에 수용된 상태로 강제노역, 폭언·폭행 등 각종 가혹 행위를 당했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선감학원에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며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고, 총 166명을 선감학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같은 해 12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피해자 1인당 1년에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