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국 스톤헨지가 주황색 물감을 뒤집어쓰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이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며 벌인 소행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윌트셔 경찰이 이날 윌트셔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에서 니엄 린치(21)와 라잔 나이두(73)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스톤헨지에 주황색 가루 물감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리암 등 2명의 활동가가 하지 전날 차기 정부에 2030년까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요구하면서 이같이 행동했다”는 글과 함께 이들이 스톤헨지에 물감을 뿌리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리암과 라잔이 스톤헨지를 향해 가루 물감을 뿌리자 관광객들이 “안돼” “멈춰”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관광객은 이들에게서 스프레이를 빼앗기 위해 달려 나왔다.
단체는 “물감은 옥수숫가루로 만들어져 비에 씻겨 내려갈 것이지만 기후와 환경위기의 재앙적인 결과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행동의 시급한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단체의 행동에 대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수치스러운 기물 파손 행위”라고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역시 자신의 엑스(X) 계정에 “한심하다.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에 단체는 “우리는 우리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거다. 하지만 수백만명의 생명을 파괴하고 있는 석유·가스 회사들은 언제 법적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사건 이후 스톤헨지 주변 관광로 일부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유산청과 협력해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명화 등 예술품과 공공건물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환경 보호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2022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에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토마토 수프를 뿌려 체포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벨라스케스의 ‘비너스의 화장’에 씌워진 보호 유리 패널을 부수다 발각되기도 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