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유일한 클래식 전용 공연장 ‘금호아트홀’이 1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올해 하반기 철거를 앞둬 음악 애호가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20일 광천동 유스퀘어 문화관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까지 금호아트홀과 동산아트홀, 금호갤러리 등 문화시설 3곳의 공연·전시를 매듭짓고 7월부터 본격 폐관절차를 밟는다.
전면 철거작업이 이뤄지는 유스퀘어 문화관 부지에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쇼핑몰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쳐 파크’가 들어선다.
문화관은 2009년 5월 말 광천터미널(유스퀘어)과 광주신세계백화점 사이에 총면적 2만5122㎡, 지상 6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클래식과 독주 공연을 위한 ‘금호아트홀’(316석)과 다목적 공연장 ‘동산아트홀’(243석), ‘금호갤러리’(596㎡)‘ 등 크게 3곳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6000회가 넘는 다양한 공연·전시가 이어지면서 해마다 10만 명 이상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지역 문화예술 동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광주신세계백화점이 매장 확장을 통한 복합쇼핑몰을 건립하기 위해 광천터미널 운영사 금호고속으로부터 문화관 부지 등을 사들이면서 폐관이 불가피해졌다.
이중 문화관을 대표해온 금호아트홀은 광주에 하나뿐인 클래식 전용홀이다. 이곳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손민수·선우예권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 유명 연주자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각광을 받아온 터라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음악 영재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해온 ‘금호주니어콘서트’도 당장 올해부터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호아트홀은 일본 NHK 엔지니어가 음향장치를 설계하는 등 최적의 실내악 공연 시스템을 갖춘 국내 공연시설 중 한 곳으로 평가된다.
앞서 문화관 내 동산아트홀은 지난 1월부터 공연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금호갤러리는 21일 개막해 27일까지 이어지는 ‘2024 아시아프(ASIA-YAF)’전을 마지막으로 전시를 중단한다.
유스퀘어 문화관 폐관 소식이 전해지자 문화예술인들은 “금호아트홀의 빈자리를 대신할 클래식 전용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시는 공연예술 기반 확충을 위해 연말까지 클래식 공연장을 포함한 오페라하우스 건립 부지를 선정하고 2028년까지 부지면적 5만㎡, 연면적 5만㎡에 1500석~2000석 대공연장과 400석 소공연장을 갖춘 전문예술극장을 개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3000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 부담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단계부터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클래식의 특성과 어우러져 설계된 금호아트홀이 사라지게 돼 아쉽다”며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면 클래식 공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