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불법 주차한 차량의 운전자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욕설하는 영상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문제의 차량 운전자는 유치(58) 아시아태평양우주협력기구(APSCO) 사무총장으로 중국 고위공무원 출신이었다.
20일 중국 홍성신문 등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외교관 번호판이 달리 관용차에 남편과 애완견을 태우고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도로 고속차선에 불법 주차했다.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시민들이 다가가 항의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차량 이동을 거부했다. 오히려 자신이 탄 차량이 대사관 차량이고 외교관 면책특권이 있다며 큰소리를 치고 욕설까지 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웨이보에 “대사관 차량도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국기를 단 대사 차량도 도로에 주차하거나 공공 통로를 점유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문제의 차량이 APSCO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확인하고 유 사무총장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유 사무총장의 차량에 있던 반려견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확인해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홍성신문은 “경찰의 조치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함을 보여준다. 면책권은 규제를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부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변호사는 “외교면책권은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 외교관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중국 국민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유 사무총장이 무지했거나 횡포를 부리는 데 익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사과했다. 그는 “깊이 반성하고 모든 비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초래된 부정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베이징항공우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과학원 원격탐사연구소 종합국장, 국방과학기술산업처장, 우주국 시스템공학부 차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11월 임기 5년의 APSCO 사무총장으로 부임했다.
유 사무총장의 임기는 1년 이상 남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조기 사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APSCO는 중국이 창설하고 후원하는 국제기구로 중국 태국 파키스탄 등 7개 회원국과 2개 서명국이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