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돈을 모으는 한국의 ‘계모임’에 주목했다.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 문화를 기반으로 계모임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NYT는 18일(현지시간)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는 한국인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계모임 문화’를 보도했다. NYT는 계모임을 소리 나는 대로 ‘gyemoim’으로 적었다. 영어로는 ‘저축 그룹(saving group)’이라고 번역했다.
이어 “한국에서 친구들이 휴가와 식사, 기타 사교 활동을 위해 저축하는 계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각 모임이 결정한 금액을 매달 납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계모임을 하는 한국인 A씨(32)와 B씨(35)의 사례도 소개했다.
전직 교사이자 주부인 A씨는 2014년 한 모임에서 만난 두 친구와 계모임을 만들어 10여년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매달 1만5000원씩, 10년 동안 300만원 이상을 모아 지난해 가을 부산의 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A씨는 “계모임을 만들지 않았다면 여행을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계모임 덕분에 비용 걱정 없이 계속 연락하고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는 B씨도 매달 5만원씩 내는 계모임을 한다. 이들은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모은 돈으로 삼겹살을 먹거나 치맥 모임을 하는 데 사용한다.
B씨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모였는데, 모두 일을 시작하며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에서 계모임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 문화를 꼽았다.
NYT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서울의 커피숍에 가서 가방이나 노트북, 현금과 신용카드가 가득 찬 지갑을 자리에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돌아왔을 때 모두 있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신은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NYT에 “만약 내가 오래 알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이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나를 지역사회에서 배척할 것”이라며 설명했다.
NYT는 예금주가 친구들과 계좌를 공유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서비스를 계모임을 위한 은행 상품으로 소개했다. 모임통장 사용자는 매달 회비를 계좌로 송금하도록 알림을 보내며 채팅 기능으로 소통하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금융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관행이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계모임 문화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을에서 돈을 모으고 물품을 구입하거나 수확물을 나누던 것에서 사람들이 우정을 굳건히 유지하고 공동체를 단결시키는 수단으로 발전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NYT는 다만 서구권에서는 계모임 문화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한국 사회에서 계모임을 잘 작동하게 하는 문화적 전통이 서구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 (계모임 같은) 공동 자금 운용은 약간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효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