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대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박모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19일 인제체육관 입구에 마련됐다.
이날 체육관에는 박 훈련병과 함께 입대했던 동료들의 수료식이 열렸다. 12사단은 체육관 입구 한편에 헌화할 수 있는 제단을 설치해 수료식 참석자들이 박 훈련병을 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병으로 추서된 박 훈련병의 명예수료증이 제단에 놓였으며, 제단 옆으로는 크고 작은 근조화환들이 들어섰다. 근조화환에는 ‘아들, 죄송할 일 없는 그곳에서 편히 잠들자’ ‘하늘의 별이 된 ○○아! 그곳에선 행복하렴’ 등 박 훈련병의 죽음을 애도하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한 훈련병의 아버지는 “최근 군에서 사건·사고가 계속 있었지 않느냐. 내 자식이 아니지만 그런 생각만 떠올리면 그냥 슬프다”며 “걔도 이 자리에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가 이날 수료한다는 20대 청년은 “이 사건을 접한 뒤 안타까움이 컸고 화가 나기도 했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군기훈련을 실시한 중대장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훈련병의 어머니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날씨와 장병 상태에 맞게 훈련이 이뤄져야 나라도 지키고 내 몸도 지키고 부모도 지킬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진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한다.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지난 18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당시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및 부중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6일 만이자 지난 13일 첫 피의자 조사 이후 닷새 만이다.
춘천지검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해 청구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구속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청구할 경우, 조만간 춘천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게 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