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교내를 말끔히 닦고 잡동사니를 치워온 노동자들이 거액의 장학금을 흔쾌히 내놓았다. 막냇동생이나 자식뻘인 대학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는 캠퍼스에서 음료수 깡통과 폐지 등 재활용품을 오랫동안 수거해 실행한 아름다운 선행이다.
조선대는 “교내 청소노동자 100여 명이 미래 주역인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2000만 원을 맡겨왔다”고 19일 밝혔다.
노동자들은 조선대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조선대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재학생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강의실 등을 청소하면서 통 큰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2018년부터 단과대별로 수거하는 재활용품을 분리해 두었다가 1~2개월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곡차곡 장학금을 적립해 기탁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학 측에 장학금을 기부한 것은 2018년과 2021년 2000만 원씩에 이어 세 번째다. 누적금액은 6000만 원에 달한다.
18일 ‘청출어룸’에서 진행된 3번째 기부식에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조선대 지회 김은경 지회장, 전관호 사무장, 김경자·손성자·신복녀 대의원, 최기호 정책국장과 김춘성 조선대 총장, 장삼석 총무관리처장, 송문교 시설관리부처장, 위성옥 대외협력부처장, 문제환 시설팀장 등이 참석했다.
기부식을 마친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전공 중인 공부에 전념해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한때 어려운 시절을 겪어본 적이 있어서 학비가 부족한 일부 학생들의 마음을 더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장학금 기탁 배경을 설명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잇따른 장학금 기탁은 단순한 금전적 기부를 넘어 학내 구성원 간의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학생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춘성 총장은 “교내 환경미화를 책임져온 노동자들이 간헐적으로 수거한 재활용품, 폐지 등을 일일이 수집하고 십시일반 쌈짓돈까지 걷어 장학금을 기부했다”며 “다른 어떤 장학금보다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은경 노조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정성스럽게 모은 장학금이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 바란다”며 “학생들이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생활하도록 앞으로도 청소 업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