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을 심화해 군사 물자·기술 거래를 확대하면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북·러의) 관계 심화를 우려한다. 매우,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며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아닌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북·러 간) 상호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대가로 미사일·위성 같은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받으면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우려를 불러온 북·러 관계 심화의 신호”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정상의 방문은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향력을 높이고, 경제·기술적 원조의 기회로 여기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이날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은 ‘전례 없는 위협, 북·러 군사협력’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 국가안보에 찾아온 최대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집권기부터 계승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보류하고 북·러 간 무기 거래 차단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와 관련 물자 이전을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엄중해졌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미국·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러 간 밀착 심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중국에서도 나온다. 중국의 유력 경제지로 민영 매체인 차이신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러 간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1961년 7월 옛 소련과 맺은 ‘우호·협조·호상(상호) 원조 조약’에 명시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과 ‘핵우산’을 2000년 2월 러시아와 채결한 ‘친선·선린·협조 조약’에서 삭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