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에 ‘점심 셔틀’ 시킨 공무원… 비난 쇄도

입력 2024-06-17 15:57 수정 2024-06-17 17:27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 공무원들이 70대 기간제 근로자에게 10여년간 점심 식사 준비를 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청주시 내 해당 부처는 자체 조사를 벌인 끝에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17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문의문화재단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 공무원들이 지난 2년간 70대 기간제 근로자 A씨에게 점심 식사를 준비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근무지인 문의문화재단지 공무원 4명은 각자 10만원씩을 걷어 A씨에게 전달하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청소 등 시설물 환경정비를 위해 고용된 인원으로, 공무원 식사를 대신 준비해줄 의무가 없다.

A씨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30분 전까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설거지 등 뒤처리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지만, 식사 준비를 위해 출근 전 식재료를 구입해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이전에 근무했던 기간제 근로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10여년간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고, 매번 배달이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주시 문화재팀은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이 일을 ‘갑질’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A씨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A씨가 자체 조사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서운했던 점이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거세다. 청주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당신들 부모님도 같은 입장이 되어봐라” “기간제 공무원을 뽑은 것이지, 주방 이모를 뽑은 게 아니지 않느냐” “노인을 노예 취급하는 공무원을 징계하라” 등 비난 글이 수백개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문의문화재단지는 이 같은 식사 준비 관행을 폐지키로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기관을 감독하는 문화재팀 자체 조사와 별개로 시 감사관실에서 정식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