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피해자 돕기 모금…하루만 5천만원 모였다

입력 2024-06-14 07:07 수정 2024-06-14 07:14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생계비 지원을 위한 모금.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 캡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생계비 지원을 위한 모금에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서 전날부터 진행 중인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를 위한 긴급모금에는 14일 오전 기준 1256명이 참여해 약 5228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모금이 시작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목표액인 3000만원을 훌쩍 넘긴 금액(참여율 174%)이 모금된 것이다.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피해자들이 인생의 거친 파도 앞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내면의 강함과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녹록지 않았다”며 “좋지 않은 가정형편에 더불어 청소년 시절 피해를 경험한 피해자가 온전히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환경, 고향을 떠나 정착한 타지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들, 밤마다 유령처럼 찾아오는 폭력 경험에서 벗어나 중심을 잡아가기까지 혼란과 괴로움의 시간을 겪었다”고 전했다.

단체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경제적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지지 않고 꿋꿋이 목소리를 내온 피해자들이 삶의 기반에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동의 없이 과거의 사건이 재조명되기 시작한 피해자를 걱정하는 마음과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을 피해자를 염려하는 마음을 후원 방법 문의로 표현해주신 분들이 계셨다”면서 “공개적인 모금에 대한 걱정도 있었으나 피해자들과 상의한 끝에 연대의 마음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모금, 피해자 생계비 집행으로 이어가 보자고 결정해 모금함을 열었다”고 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 연합뉴스

단체는 전날 열린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피해자 지원 모금 시작을 알렸다. 단체는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해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면서 “모금액의 100%가 피해자 생계비로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정 상담소 소장은 다만 피해자가 공론화를 바란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며 “(가해자 신상 폭로) 유튜버들에게는 가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도전적인 프로젝트처럼 콘텐츠화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 과정들이 피해자에게는 어떨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획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본인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피해자 의사가 반드시 존중돼 삭제되기를 피해자와 함께 요구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자매는 이날 간담회에서 단체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많은 분이 제 일 같이 분노하고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이 사건이 잠깐 반짝 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만 있을 때도 자주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얼굴도 안 봤지만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나는 거 같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