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노장들의 선전이 그 어느 해보다 도드라진다.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가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투어 최고령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부터는 그 위세가 더 강해진 느낌이다.
특히 40대 이상의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최경주 선배님의 우승을 보면서 나이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7년에 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17년째를 맞은 김성용(48)도 마찬가지다. 그는 투어의 최고참축에 속한다.
김성용은 2017년 카이도시리즈 유진그룹 올포유 전남오픈 with 무안CC에서 투어 통산 1승이 있다. 초등학교 때는 태권도, 중학교 때는 유도를 했다. 골프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로 골퍼인 부친(김양삼씨)한테서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군복무 이후 부터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 2005년 하반기 프로 테스트에서 합격하면서 프로의 길을 걷게 됐다.
골프를 늦게 시작해서인지 그는 젊은 시절 딱히 내세울만한 성적이 없다. 유일한 우승도 30대 후반에서야 거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이른바 ‘최경주 효과’로 통산 2승을 향한 힘찬 출발을 했다.
K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공동 주관으로 13일 강원도 춘천시 남춘천CC(파71·7335야드)에서 개막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3억 원)에서다. 김성용은 보기 1개에 버기 6개를 잡아 5언더파 66타를 쳐 자신보다 한 살 많은 황인춘(49·3M), 장희민(22·DB손해보험), 요시다 다이키(일본)와 함께 공동 3위에 자리했다.
리더보드 맨 윗자리는 박경남(40)과 이와타 히로시(일본)가 나란히 6타씩을 줄여 공동으로 꿰찼다.
그는 7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실수로 보기를 범한 것을 제외하곤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했다. 아이언샷도 좋았지만 특히 퍼트감이 발군이었다. 김성용은 “코스 컨디션이 워낙 좋은데다 전체적으로 경기력도 만족스러웠다”라며 “7번 홀 보기 상황을 제외하곤 쇼트게임 부분에서 감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최경주의 우승 이후 자신에게도 변화된 모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말 큰 숙제를 남겨 주셨다”라며 “최프로님의 우승을 보면서 나이는 핑게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골프도 더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대회 목표를 우승이라고 밝힌 김성용은 “아직 1라운드가끝나지 않았지만 매 라운드 선두로 최종일까지 가보도록 하겠다. 그게 이번 대회 목표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대회 2연패에 나선 디펜딩 챔피언 양지호(35)는 4언더파를 쳐 산뜻한 출발을 했다. 박은신(34·하나금융그룹),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 투어 4승(해외 1승 포함)이 있는 캐나다 동포 이태훈(34), 김영수(35) 등이 양지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태훈은 6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공식 대회 홀인원은 2018년GS칼텍스 매경오픈 이후 2번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