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대폰 액정 깨졌어’ 금융사기에다 마약까지

입력 2024-06-13 11:59

해외총책의 지시를 받고 전화, 문자 등 각종 통신수단을 동원한 금융사기를 저지른데다가 마약까지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기, 공갈, 컴퓨터 등 이용 사기 혐의로 국내 총책 40대 A씨와 인출 및 관리책 등 총 80명을 입건, 그 중 3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해외총책 B씨의 지시를 받고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몸캠피싱, 스미싱, 리뷰알바 사기 등 각종 금융사기를 벌여 220명으로부터 약 9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6명은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을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이들을 체포하면서 필로폰 649g, 대마 143g,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368정을 압수했다.

A씨 등은 해외총책 B씨가 전화, 문자 등으로 국내 피해자를 모집하면 이들로부터 돈을 수거하거나 대포통장으로 옮기는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자녀를 사칭하며 ‘엄마, 휴대폰 액정이 깨졌어. 보험처리를 도와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단체 발송하거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명의 은행계좌가 사기 범행에 이용돼 신용점수를 떨어뜨려 놓았다” “현재 대출이 되는 것은 피의자들의 작업으로 인한 것이니, 대출금을 국민안전계좌로 송금하라” 등으로 속였다. 심지어 “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 후 리뷰를 작성해주면 아르바이트 수당을 주겠다”라는 일명 ‘리뷰알바 사기’ 범행도 저질렀다.

A씨와 함께 일한 인출 및 관리책들은 주로 온라인 구직사이트나 메신저 등을 통해 고액 일거리를 찾다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한 이들 중에선 범죄에 사용될 것을 모른 채 “채용이 됐으니 월급 받을 통장을 먼저 제출하라” 등의 문자메시지에 속아 넘어가 계좌를 넘긴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외에 있는 B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