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영혼 살리는 원목인데…’ 5% 교육현실 확대해야

입력 2024-06-12 15:23 수정 2024-06-16 12:47
지난 10일 서울 고대안암병원 원목실에서 진행된 CPE 과정 중 손중현 목사가 말하고 있다.

박정희 목사는 40년간 부목사로 교회사역을 하다 사임한 후 올해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원목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평생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박 목사는 감정 표현에 미숙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임상목회교육을 통해 100여 가지의 긍·부정 감정이 적혀있는 ‘감정 단어 노트’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훈련했다. 박 목사는 “감정을 관리하고 조절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감정도 살피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임상목회교육(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은 목회자 정체성 확립과 성도 목양을 위한 실천 훈련 교육이다. 이론적 신학 교육에서 벗어나 대인관계훈련·환자와의 대화 등을 통해 목회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실습한다.

서구의 임상 목회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임상목회의 선구자인 안톤 보이슨(Anton Boisen·1876~1965) 목사는 “원목들이 병원 치유 과정에 개입해 영혼 살리는 전문가로서 역할해야 한다. 이들이 병원 실습을 통해 영혼 살리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년 전 임상목회교육이 시작됐지만 병원 사역을 하는 원목 중 95%가 전문적·조직화된 교육 없이 파송되고 있다.

원목을 시작으로 임상목회가 태동했지만 일반사역을 하는 교회 목회자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감독은 “임상목회교육이 병원에서 이뤄지는 이유는 목회자가 병원 내에서 수술실 기도·환자 심방을 진행하면서 병들고 소외된 자에게 사역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한국임상목회교육협회 감독이 환자의 아픈 곳에 손을 대고 기도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나이·직업·국적을 초월해 모인 다양한 환자를 통해 의사소통 대상자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CPE 교육 중 진행되는 ‘대화록(축어록)’은 내담자와의 대화를 기록해 분석하고 나누면서 선교적·목회적으로 어떻게 환자를 바라봐야 하는지 훈련하는 교육이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원목실에서 임상목회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교육 과정에 참여한 손중현 노원을지병원 목사는 “병원 실습을 받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동료들과 생각을 나누고 나를 돌아보면서 환자의 영혼을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여러 문화·가족·기술의 형태가 등장하며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성도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해 그들의 심리를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성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목회자도 즐겁게 사역할 수 있다”고 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