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도를 올리는 유해 가스인 HCFC(수소염화불화탄소)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몬트리올 의정서로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제 노력이 30여년 만에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과학잡지 ‘네이처’의 ‘네이처 기후 변화’에 발표된 대기 중 HCFC 농도가 처음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전하며 “위험한 오염물질을 금지하기로 한 세계적 합의가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의 주요 필자인 루크 웨스턴은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연구자로 두 개의 국제적 대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중 HCFC 농도가 2021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대폭 감소했으며, HCFC에 의한 오존층 파괴 가능성이 75%p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웨스턴은 “기후 변화에 대한 HCFC의 기여는 섭씨 약 0.05℃로 정점을 찍었으며, 대기 중 HCFC 농도는 2080년까지 19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전환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WP에 말했다.
미국 UCSD와 코넬대학의 기후과학자인 비라브하드란 라마나탄도 “이것은 세계의 정책들이 지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놀라운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50여년 전 과학자들은 남극대륙 상공의 오존층에 구멍이 형성돼 암을 유발하는 방사선이 지구 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은 염소 원자 하나로 수천 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하고 수백 년 동안 대기에 남아 있을 수 있는 CFC(염화불화탄소)였다. ‘프레온 가스’로 잘 알려진 CFC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를 비롯해 발포제, 분사제, 세정제 등으로 폭넓게 사용돼 왔다.
이 발견 이후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한 기후 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가 1987년 서명됐다. 서명 국가들은 CFC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CFC의 생산은 201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지됐다. 1992년에는 CFC의 대체 물질인 HCFC의 사용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HCFC는 CFC보다 오존 파괴 가능성이 약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화합물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 대기 중 HCFC의 농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 환경조사국의 기후캠페인 책임자인 아비사 마하파트라는 “몬트리올 의정서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서명한 유일한 조약으로 각국이 규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면서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노력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CFC는 HFC(수소불화탄소)로 대체됐다. HFC 역시 지구 온도를 올리는 강력한 오염원으로 여겨진다. 2016년에는 HFC 사용을 줄이기 위해 몬트리올 의정서가 개정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