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

입력 2024-06-12 12:25

식당, 제품, 패션까지 ‘레트로(복고풍)’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레트로 감성의 인기는 중장년들에게 옛 추억의 향수를, 그 시절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은 과거와 현대 사진의 비교를 통해 향수와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책에는 대한민국의 장소, 건물, 유적지 등 과거와 현대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이 담겨 있다. 과거 사진은 1971년에 출간된 故(고) 조성봉 선생의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사진집의 사진으로, 도판 작업을 한 것이다. 현대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이 한국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다. 과거 사진의 구도와 최대한 비슷하게 찍으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다른그림찾기’를 하는 것처럼 어느 부분이 바뀌었는지 찾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챕터마다 저자들의 개성 있는 필력이 돋보인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과거와 현대 사진을 비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이 녹아 있는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또 사진을 보고 흐릿하게 떠올랐던 옛 추억이 본문의 내용을 통해 더 선명해진다.

책은 총 5장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한 장소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외모가 변하는 것처럼 여전히 존재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록했다. 세 번째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바뀌어, 마치 서울의 풍경을 타임슬립하는 듯한 흐름으로 구성했다. 네 번째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장은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거나 과거 속으로 사라진 풍경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