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서 추위 견뎠던 동포들, 이젠 카자흐 각계에… 가교 역할 감사”

입력 2024-06-12 02:42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동포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협력이 오늘과 같이 발전된 데에는 여기 계신 동포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을 향해 “모범적인 소수 민족으로 존중받으면서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을 튼튼하게 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간담회에서 강병구 카자흐스탄 한인회장, 신유리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장 등 동포 약 120명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동포들이 박수로 윤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자, 윤 대통령은 “알마티를 비롯해서 멀리서 찾아와주신 동포분들도 많다고 들었다”며 “저를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은 윤 대통령의 올해 첫 순방 일정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의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고, 지난 30여년 동안 중앙아시아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며 지리적 요충이자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주목받아 왔다”며 중앙아시아 순방 이유를 밝혔다. 이어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동포들이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 첫발을 디딘 시기가 1937년이었다고 환기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동포들에 대해 “맨손으로 판 토굴에 몸을 의지하면서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뎠고, 낯선 곳에서 척박한 땅을 일궈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며 “문자 그대로 개척자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 뿌리를 내린 우리 고려인 동포들은 이제 정계, 재계는 물론 문화계, 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카자흐스탄에 한국을 알리고, 또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주신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랑스러운 700만 재외동포를 보호·지원하는 든든한 울타리’를 비전으로 하는 재외동포청을 지난해 6월 설치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밝히며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각지의 동포사회와 본국 간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동포사회의 발전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 단체와 한국 내 고려인 단체 간 소통 증진, 카자흐스탄 동포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 지원도 약속됐다. 윤 대통령은 “차세대 고려인 동포들을 모국에 초청하는 연수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내일(12일) 정상회담에서 카자흐스탄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인프라, 제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대체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과학기술 등 전략적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만찬을 위해 일찍 자리를 떠나면서 “순방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동포 여러분의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높여드리겠다는 의지”라고 양해를 구했다.

신 회장은 “고려인협회는 카자흐스탄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고려인 동포들의 단합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 고려인 동포 심장외과 의사인 배유리씨는 10여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처음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카자흐스탄에는 약 1500여명의 교민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고려인 동포들도 12만명 이상 살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번 순방이 카자흐스탄과 대한민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더욱 발전해가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스타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