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유치원 교사가 만성 간 질환으로 간이식이 필요한 5살 옛 제자의 소식을 듣고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주기로 한 사연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미국 뉴욕주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커리사 피셔(20)와 제자 에즈라 토첵(5)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2년 버펄로 인근의 작은 마을 올던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났다. 피셔는 “당시 에즈라는 발달 지연을 포함한 여러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며 “에즈라는 늘 나에게 안겼고 우리는 정말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했다.
피셔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자신의 옛 제자인 에즈라의 양어머니가 올린 글을 보게 됐다. 에즈라에게 간을 기증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피셔는 곧장 에즈라가 치료를 받는 병원 뉴욕대학(NYU) 랑곤헬스를 찾아가 MRI, CT, 심전도 등 종합적인 간이식 적합 검사를 받았다. 그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면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에즈라가 더 아파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며 당시 마음을 설명했다.
피셔는 이식 준비를 하던 동안에도 에즈라의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증 의사를 먼저 알렸다가 의료진들로부터 기증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가족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피셔는 지난 5월 24일 병원에서 최종 간 기증 적합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에즈라의 집을 찾았다.
그는 “에즈라! 내 간을 같이 쓸래?”라는 손글씨가 적힌 팻말과 함께 인형과 풍선 등 선물을 들고 에즈라와 그의 가족에게 간 기증 의사를 밝혔다.
에즈라의 양어머니 카렌 토첵(44)은 “페이스북 글을 본 수많은 이들 중에 유치원 선생님이 간 기증에 선뜻 나서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쁨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토첵은 에즈라가 생후 7개월 때부터 위탁 보호해오다 지난 2022년 7월 에즈라를 법적으로 입양했다. 그는 에즈라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하려 했지만, 의료당국이 그가 10세에서 22세 사이의 7남매를 돌보는 어머니이자 에즈라의 유일한 주 양육자라는 점을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첵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위해 간을 기증하는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며 피셔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뉴욕주는 살아있는 간 기증자들에게 2주간의 심사숙고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피셔의 경우 지난 7일 심사숙고 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증이 확정됐다. 피셔의 간 30%를 떼어내는 수술은 늦어도 다음 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피셔는 수술과 이후 검사에 드는 항공료와 숙박비, 간병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11일(현지시간) 기준 215명이 1만1697달러(한화 약 1613만원)을 기부했다. 목표금액인 7500달러(약 690만원)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피셔는 “옛 제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도움이 힘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싶다”며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