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특검 거부’가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상설특검’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상설특검 요건이 계획대로 변경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특검 도입을 막을 수 없게 된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6명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참여했다.
개정안은 ‘상설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 임명 요건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검은 개별 특검법과 상설 특검법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임명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개별 특검법은 특정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별 법안을 발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특검 도입이 무산된다.
반면 상설 특검법에 따른 특검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만 하면 즉시 발효되어 특검 임명절차가 개시된다. 법률안이 아니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다만 상설 특검에 따른 특검 임명을 위해서는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위원회 구성을 담당하는 여당·야당 등 교섭단체 중 한 곳이 의도적으로 추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등 위원회 구성을 방해할 경우 특검 임명이 불가능하다.
주 의원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권한을 가진 국회는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4명을 위촉하는데, 추천 권한을 가진 교섭단체가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방법으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고 특별검사 임명을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천 권한이 있는 교섭단체가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위원을 위촉하도록 규정했다. 이럴 경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자동으로 추천위원으로 등록된다. 현재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 우원식 의원이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입법되면 상설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순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주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이은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를 통과한 개별 특검법안의 시행이 번번이 가로막히는 상황에서, 무력화된 입법권 회복과 신속한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상설 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의 책임 있는 입법권 행사를 보장하고 특별검사의 제도적 의의를 수호함과 동시에 사법정의의 중단없는 실현을 공고히 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별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병대 수색작전 도중 사망한 채 상병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한 ‘채상병 특검법’ 역시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