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장기화가 코로나 후유증과 맞물리며 의료 사역에까지 적신호가 켜졌다. 의정갈등의 여파로 병원교회 원목 충원이 중단되고 의료선교도 무기한 연기되면서다.
코로나 이전 출석 인원 100명이었던 서울 내 A대학병원교회는 코로나로 인해 교인이 20명대로 급감했다.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서울 주요 대학병원 내 교회·원목실은 3분의1 미만으로 교인이 크게 줄거나 예배를 3~4년간 중단했다.
교회·원목실 관계자들은 “의료진 파업이 병원 사역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코로나가 끝난 시기와 의사 휴진 시기가 맞물려 회복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동네병원과 대학병원 의사 등 의료계 전면 휴진을 진행할 것이라 지난 9일 발표했다. 올해 2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한 이후 의정 간 갈등이 4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 총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병원은 새로운 환자를 받지 못해 재정상·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 행정업무 관계자 K씨는 “예산 절감의 문제로 원목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원실 심방·수술실 기도 등 사역을 담당할 협력교역자 초빙도 예산 문제로 표류 중이다”라고 전했다.
의료진이 직접 투입되는 의료 선교에도 영향을 미친 건 마찬가지다.
서울 B교회는 다음 달 미얀마로 가는 의료 선교 일정을 취소했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의료진 모집이 어려워지자 선교를 멈추기로 한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의료 파업으로 의료진의 선교 신청 적어지며 선교가 멈추게 됐다”고 밝혔다.
필리핀으로 의료 선교를 준비하던 C선교단체 역시 선교를 잠정 중단했다. 이 선교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발생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선교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선교단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파업의 영향으로 의료진이 개별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라며 “선교를 가고자 했던 의료진들이 상황적 어려움으로 의료 선교를 못 가게 돼 아쉬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집이 완료된 선교단체도 의대생 신청자가 적은 것은 같았다. 의료선교 D단체는 “모집 인원에 의대생뿐 아니라 간호대·한의대·약대 학생들이 포함돼 모집에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예년보다 모집된 의대생이 적으며 지원 자체도 적었다”고 했다.
이경희 서울·경기지구 원목협회 회장은 “의료진 파업으로 새롭게 오는 환자를 받지 못하면 병원뿐 아니라 병원 내 교회도 활성화되지 않아 위기가 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회장은 “코로나가 끝난 뒤 기독교 교세가 약화하고 봉사자가 단절된 상황이다”라며 “고정된 예배 봉사자가 없는 병원 사역에 지역교회의 관심과 손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