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에 역대급 관심이 쏠린다. 전반기 2년간에 대한 자체 평가와 함께 차기 광주시장 선거 대리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광주시의회는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다음 달 10일 임기를 마친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후반기 의장 등을 뽑기 위한 선거를 할 예정이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단순한 시의회 내부 권력 분배를 넘어 더불어민주당 아성인 광주지역 향후 정치 지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선 9기 광주시장을 선출하는 2026년 6월 제9회 지방선거 전초전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의장선거가 차기 시장선거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는 상황이다. 재선 고지를 노리는 강기정 시장과 광주의 ‘권좌’를 겨냥한 민형배 재선 국회의원 간 샅바싸움이 자의 반 타의 반 후끈 달아오른 형국이다.
전체 23명 중 2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일당독점 체제나 다름없는 시의회에서 ‘친강’ vs ‘친민’으로 나뉜 파벌 결집이 벌써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저울질하는 시의원은 현재 4명 중 1명꼴인 6명에 달한다. 출마 의사가 없거나 접은 나머지 10여 명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유력 후보에게 부의장 또는 상임위원장 감투를 타진하는 중이다.
의장 선거 때 지지를 조건으로 1, 2부의장이나 주요 상임위원장을 보장받는 일종의 ‘섀도 캐비닛’을 물밑에서 꾸리느라 분주하다는 전언이다.
이번 선거에 도전의사를 굳힌 ‘친강파’ 강수훈(서구1), ‘친민파’ 박수기(광산5) 의원 등 2명은 초선 의원이 16명으로 70%에 가까운 제9대 시의회에서 그동안 다선 못지않은 존재감과 두각을 나타냈다. 첫 의정활동이지만 신선한 발상과 발군의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향후 정치경력을 쌓은 뒤 기초단체장 등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의식한 듯 강의원과 박의원은 지방선거 주요경력이 될 의장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의회 의장에 이어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강의원은 최근 ‘의장설명서 10문10답’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해 의장선거에 가장 먼저 불을 지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 등을 소개해 신선한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반기 운영위원장으로서 부실한 의회운영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의원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공개 등 투명성 강화를 뼈대로 한 관련 조례 가결을 주도하는 등 빼어난 의정활동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의원은 한국지방자치학회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후원하는 ‘거버넌스지방정치대상’에서 지방의원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강의원이 의장이 되면 강시장의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되겠지만 줄곧 독단적인 행정 스타일과 정책을 비판해온 박의원이 승리하면 광주 유일 재선인 민형배 국회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돼 차기 시장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밖에 재선인 박미정(동구2), 신수정(북구3)의원은 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 배출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성 시의원만 9명에 달해 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한다. 역시 재선인 심철의(서구4), 조석호(북구4) 의원은 정치 경험이 풍부한 재선이 의장을 맡아야 원만한 의회운영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는 26일 선거 일정 공고에 이어 7월 1~3일 후보등록, 8일 ‘TV 토론회’를 거친 후반기 의장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6월 말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 간 합의로 사실상 의장 선출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의회인 시의회 의장은 사무처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권한이 크게 강화됐을 뿐 아니라 각종 행사 때 의전 서열도 시장에 이어 두 번째 예우를 받는다.
시의회 관계자는 “후반기 의장 선거를 차기 시장선거 가늠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와 셈법을 떠나 시 집행부를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시 살림을 다룰 의장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