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다음 달 7일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를 지지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도지사 후보도 못 내는 상황이 ‘비자금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자민당의 초라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하기우타 고이치 자민당 도쿄도련(도당) 회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도쿄도지사 선거에 고이케 지사가 출마한다면 지지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간 고이케 도정과 자민당과의 행보를 확인했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향은) 고이케 지사 측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도련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출신이지만 탈당한 뒤 도민퍼스트회를 창당해 현재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자민당이 도쿄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최근 선거 상황 등 좋지 않은 흐름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자민당은 지난해 말 일부 파벌이 장치자금 모금 행사(파티)의 파티권 판매 수익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이 드러나면서 그로기 상태에 몰려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은 수개월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민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자민당은 올해 4월 28일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시마네현(시마네1구)을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내준 데 이어 2일 지난달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와 도쿄 미나토구청장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특히 미나토구청장 선거는 자민당·공명당 추천의 다케이 마사아키 구청장이 6선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 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에 이변으로 평가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이 고이케 후보를 지원해 연패 흐름을 막고 같은날 열리는 도쿄도의회 보궐선거에서 연대를 도모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민당 지원이 공식화할 경우 앞선 선거처럼 여야 구도가 되면서 고이케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 야권의 추천으로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렌호 참의원(상원) 역시 “반자민·비고이케”를 출사표로 내걸었다. 이에 자민당은 당파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선거 기간 중 정치 활동이 인정되는 ‘확인 단체’를 만들어 고이케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케 지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3선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도쿄도청에서 취재진에게 관련 질문을 받은 뒤 “각지에서 다양한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며 “잘 받아들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