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정시율·안전성 비결은…유지보수의 ‘첨단화’와 ‘과학화’

입력 2024-06-10 17:55
코레일 관계자가 KTX의 초음파 탐상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코레일 제공

국내 고속철도가 보유한 정시율·안전성의 비결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첨단 유지보수 기술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코레일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고속철도 운영·유지보수 기술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경기도 고양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다. 축구장 11배(7만9321㎡) 규모인 이곳은 고속철도 차량의 경정비·중정비를 모두 담당한다.

철도차량정비단의 모든 정비 업무는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현재 정비가 진행 중인 열차와 출고를 앞둔 열차, 정비를 위해 고압전기를 차단한 곳 등 100인치 모니터 3대에 모든 상황이 표기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12월에는 KTX 운행정보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KTX 운행중 발생하는 고장 내역이 실시간으로 차량 정비기지에 전달되고, 유지보수 작업자 개인의 스마트폰에도 전송돼 열차가 기지에 들어오기 전 최선의 정비계획을 세운다. 고장 원인별 정비 계획을 수립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으며 과거 고장이력 통계를 적용해 중장기적인 유지보수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선로 관리 등 시설 분야에도 기계화·자동화를 도입하며 유지보수 체계의 과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속철도 선로는 기존 철도와 달리 이음매가 없고 모든 구간이 직선에 가깝도록 펴져있어 진동이나 소음이 적다. 특히 국내 고속철도 전용선로는 모두 콘크리트 궤도로 건설돼 안전성·내구성이 우수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기존 자갈궤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기술이 첨단화 될수록 유지보수의 정밀도는 더욱 중요해진다. 고속선의 유지보수는 열차 운행이 없는 시간에만 진행하고 첨단장비를 부착한 궤도검측차 등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선로 자율 주행 로봇’은 기존에 사람이 철길을 따라 걸으며 일일이 확인하던 선로 안전 점검 업무를 대신한다.

코레일은 선로 유지보수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도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열차가 접근하면 알람을 울리는 ‘열차접근 경보 앱’을 개발·운영 중이고 사고 등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선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비상대응 지도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레일은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체계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고 기기를 정비하는 대신 부품상태에 맞춰 유지보수를 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열차가 주행하는 동안 특정 구간의 평균 속도는 얼마인지, 레일 온도가 몇 도인지, 선로 전환기는 제때 동작하는지, 차량 부품은 고장없이 잘 돌아가는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각종 유지보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만큼 차량·시설의 정비 주기를 정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이밖에 선로변에 설치되는 ‘지장물 검지장치’는 낙석·토사 등이 선로로 유입되는지 감지하고, 고속선 레일 사이에는 ‘끌림 검지장치’를 설치해 차량 하부의 끌림물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KTX 기장의 갑작스런 신체 이상 등으로 정상운전이 불가능할 때 자동으로 운행을 중지시키는 ‘운전자 경계(감시) 장치’, 허용속도를 초과하면 속도를 줄이는 열차자동제어장치(ATC) 등도 KTX의 안전성을 높이는 첨단 설비다.

이 같은 과학적 유지보수 체계에 힘입어 코레일의 지난해 여객열차 정시율은 UIC 기준 무려 99.2%에 달했다. 철도사고 발생 건수도 지속적으로 줄어 2020년 224건이었던 사고가 2021년 174건, 2022년 167건에 이어 지난해 165건으로 감소했다. 최근 발표된 ‘2023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 조사’ 결과에서도 최고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철도안전을 더욱 강화해 국민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