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주머니 재부착, 간호조무사 홀로 해선 안 돼”

입력 2024-06-10 16:11

환자 몸에 이미 한 차례 고정한 피주머니를 다시 부착하는 작업도 의료 행위에 해당해 간호조무사 홀로 재부착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과 간호조무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간호조무사 A씨(44)는 2019년 6월 서울 강남구 한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 1명의 피주머니를 살펴보다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를 의사 B씨(42)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A씨는 B씨의 전화 지시에 따라 환자 피부에 피주머니관을 실과 바늘로 고정하는 작업을 혼자서 진행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공모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보고 병원 대표원장인 의사 C씨(53)와 함께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들은 피주머니관을 새로 부착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일단 부착해둔 것을 다시 고정한 것에 불과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가 아닌 진료보조 행위라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심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맞는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 B씨에게 벌금 700만원,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피주머니관을 다시 고정하는 작업이었다고 해도 신체에 바늘을 찔러 넣고 매듭을 짓는 침습적 작업이었기에 보건위생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 행위는 의사가 직접 하거나 적어도 바로 옆에서 환자 상태나 시술 상황을 살펴 가며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판결도 같았다. 재판부는 “기존에 고정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부의 특성상 한번 바늘이 통과한 위치와 동일하게 다시 바늘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A씨 시술은 새로운 침습적 행위가 되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은 의료법 위반죄에서 간호조무사의 진료 보조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