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엔 한라산 ‘산철쭉 물결’ 못 본다

입력 2024-06-10 15:39 수정 2024-06-10 17:24
한라산 산철쭉 개화 모습(왼쪽)과 올해 냉해를 입은 모습. 제주도 제공

올해는 한라산 산철쭉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10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선작지왓 등 해발 1600m 부근 한라산에서 산철쭉이 대부분 꽃을 피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철쭉 개화 시기에 기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14~16일 한라산 선작지왓 일대 야간 기온은 영하 3~8도까지 떨어졌다.

산철쭉은 한라산 해발 1500~1600m 고지대에서 매년 6월 초 만개한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털진달래와 달리, 잎이 먼저 돋아나고 꽃이 핀다. 5월 중순 털진달래가 지기 시작할 무렵 해발 1400m 고지에서 서서히 개화가 시작돼 5월 말부터 해발 1500m 고지 영실 병풍바위 일대를 산상화원으로 물들인다.

올해는 봄철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조사목 개화가 평년보다 열흘 가량 이른 5월 23일부터 관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제주도 평균기온은 15.2도로, 평년보다 1.2도 높았다.

특히 4월은 따뜻한 남풍계열 바람이 자주 불면서 평균기온이 16.2도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산철쭉이 평년보다 일찍 개화하면서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꽃눈이 더 큰 손상을 입었다.

진분홍 빛으로 붉게 물어들어야 할 한라산 일대에서는 화사한 기운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올해 기온이 오르다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산철쭉 개화율이 급락했다”며 “탐방객들의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