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장이 국내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국민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어 제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의에 “북한의 오물 풍선이 제지 근거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명확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판례를 보면 2014년 10월 대북전단에 대응해 북한이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고사포를 발사해 주민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던 사례를 들어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고 했다”며 “지금처럼 오물 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법 체계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제지하려면 북한에서 살포 지역에 대해 사격을 하는 등 구체적인 위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를 명확하게 금지하는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지속되면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청장은 “일련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지금은 생명·신체적 위협이 아니라고 보이나 한 단계 더 나아가 충분히 그렇다고 보여지면 그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국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한다며 지난달 28부터 네 차례에 걸쳐 모두 1600여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10일에 이어 지난 6일에도 대북전단을 북한에 날려 보냈다. 탈북민단체들은 조만간 대북전단을 재차 살포할 계획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