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전북 익산시 금마면 구룡(九龍)마을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다. 구룡마을 대나무 숲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화려한 사랑 향연을 보기 위해서다.
이 마을 대나무숲은 전체 면적 5만여㎡(1만5000여평)로, 전남 담양 죽녹원 대나무숲보다도 훨씬 크다. 한반도에서 제일 큰 대나무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인기 드라마 추노와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다.
구룡마을 대나무숲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왕대가 정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보여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숲은 무협영화 ‘와호장룡’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대숲에 어둠이 내리면 연초록 불빛이 별처럼 하늘을 수놓는다. 운문산반딧불이 수컷이 암컷을 향해 ‘사랑의 텔레파시’를 발산하며 화려한 군무(群舞)를 펼친다. 숲 전체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불꽃 향연이 장관을 이룬다.
운문산반딧불이는 한국 고유종으로 국내 서식하는 반딧불이 중 가장 밝은 빛을 낸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알에서 성충까지 자라는데 1년 정도 걸리고, 성충의 수명은 2주 남짓이다. 6월쯤 성충이 되면 수컷이 배 끝부분에 있는 발광 세포의 화학 작용으로 빛을 내고, 암컷은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수컷과 짝짓기한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