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트럼프 심판론 커져…바이든·트럼프 초박빙

입력 2024-06-10 05:53 수정 2024-06-10 07:24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보다 경제나 인플레이션, 국경 문제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반트럼프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 쪽으로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CBS방송은 유거브에 의뢰한 여론조사(지난 5~7일 유권자 2063명을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각각 49%, 50%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개 경합주(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1% 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위를 보인 건 처음이다.

CBS방송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경제와 인플레이션, 국경 문제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슈에 관심을 더 크게 뒀고, 유죄 평결은 이에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번 평결이 선거 판도를 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죄 평결이 대선 투표에 영향을 주는지에 질문에 응답자 55%가 ‘고려 요소가 아니다’고 답했다. ‘주요 고려 요소’라는 응답은 28%, ‘약간의 고려 요소’라는 답변은 17%였다.

대선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질문(복수 응답)에 경제(81%)가 가장 많았고, 이어 인플레이션(75%), 민주주의(74%), 범죄(62%), 남부 국경(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죄 평결을 꼽은 응답은 28%에 그쳤다.

그러나 반트럼프 표심 결집 현상도 목격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요 이유로 유권자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좋아해서’(27%)라거나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여서’(19%)라는 응답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 큰 것이다. 반트럼프 응답은 지난 3월 조사(47%) 때보다 7% 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대선 구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심판론(26%)이 바이든 심판론(22%)보다 높았다.

CBS방송은 “(유죄 평결 이후) 트럼프에 반대하는 바이든 유권자들이 더 많이 움직였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보다 반트럼프 정서에 더 많은 표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권자 그룹별 지지율에서도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81%), 여성(54%), 무당층(50%) 유권자 그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각 18%, 45%, 48%)에 우위를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그룹에서 지지율이 지난 3월 조사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 지지율을 지난 대선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65세 이상 유권자(58%), 고졸 이하 백인(64%)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