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2인 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당대표 선거 후보자 중 최고 득표자를 대표로, 2위를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임해 ‘투톱 체제’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다만 최근 의원총회에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데 의견이 모였던 만큼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황 위원장은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 사람이 대표를 맡는 현행 단일지도체제는 굉장히 강력한 권한을 지니는 반면, 유고가 생기면 후임이 없어 매우 취약한 면도 있다”며 “완전한 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지만 이를 보완해 당대표 선거 출마자 2등에게 부대표의 역할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단일지도체제로,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들을 따로 뽑고 있다. 황 위원장의 주장은 현행 체제에다 득표순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되는 집단지도체제 특성을 더해 ‘절충형 복수지도체제’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한동훈 대세론’ 속 다른 당권주자가 출마를 포기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 동안 지도부가 6번이나 바뀌면서 제대로 된 당무가 어려웠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고 한다.
다만 최근 당 지도부 비공개회의와 의원총회 등에서 현행 체제 유지로 의견이 모였고, 전당대회를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7월 중 치르기 위해서는 지도 체제 개편에 힘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 이날 회의에서도 지도 체제 개편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분출했다고 한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지도체제 개편할 때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많았다”며 “갑자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명된 특위 위원들이 지도체제까지 거론하는 건 특위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내 계파 간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 변수는 유력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현행 체제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권한이 분산돼 견제 세력이 부상할 수 있어서다.
한 전 위원장 등판에 회의적인 친윤(친윤석열)계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되면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까지 당 지도부에 들어갈 길이 열리지만 투톱 체제로 간다면 한 전 위원장과 친윤계 인사 2명이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박민지 구자창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