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대안학교 졸업생의 고백

입력 2024-06-05 17:06 수정 2024-06-07 22:02
강유라씨가 기독대안학교 재학 중이던 2022년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다. 강씨는 "학교 폭력이나 각종 위기에 노출된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강유라씨 제공

‘신앙훈련 공동체성 함양 다양한 교과 활동.’

기독대안학교 졸업생들이 꼽은 학교의 장점이다. 기독대안학교를 졸업해 사회인, 대학생으로 사는 졸업생 5명에게 대안학교의 장단점을 들었다. 이들 모두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간 대안학교를 다녔다.

졸업생이 공통으로 꼽은 기독대안학교의 장점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공동체성 함양이다. 이들이 다닌 모든 학교에서는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일반 학교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별점이기도 하다. 이여빈(34·멋쟁이학교 졸업)씨는 5일 “공동체 정신은 제대로 겪기 전까지는 그 진가를 모르거나 추상적인 가치 중 하나”라며 “저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구성원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법을 훈련했다. 처음에는 너무 괴롭고 고됐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 다름을 배우고 소통·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현재 에듀테크 스타트업 회사에서 마케팅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간호사인 윤세은(24·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졸업)씨는 “매일 아침 말씀 묵상하는 시간과 성경 통독하는 시간을 통해 신앙 훈련을 할 수 있었다”며 “아울러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 플래너를 작성하는 습관은 능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다음으로 꼽은 장점은 다양한 교과(외) 활동이다. 기독대안학교는 학교별로 맞춤 커리큘럼을 제공해 학생이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한결(24·샘물고등학교 졸업)씨는 흔히 기독교 학교라고 하면 채플 수업이나 정형화된 예배 시간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했다. 임씨는 한 예술학교에서 미술과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임씨는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호스피스 봉사와 학교 축제를 기획·진행했던 기억 등이 먼저 떠오른다”며 “학교가 학과교육에 소홀했던 것은 전혀 아니지만, 공부 외의 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덕분에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 청소년 시기에 더 중요한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며 “경험들을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부족함 없이 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겐 큰 복이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 중에서는 교육부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수시 지원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때도 있다. 일부 대학들은 검정고시를 수시 전형으로 받아주는 곳이 있지만 일반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 비해 입시의 문이 좁다. 재학생들은 고등학교 재학 중 일찌감치 검정고시를 통과해 수능에 올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대학 새내기가 된 강유라(19·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졸업)양은 “제가 다녔던 학교는 수시 지원이 불가능해 고등학교 1학년 때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3년간 수능 공부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의 경우 다양한 친구를 만나지 못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전교생 수가 적다 보니 사소한 불화나 소문에도 학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동요될 수 있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몇몇 학생에게는 (기독대안학교의) 작은 공동체가 불편한 곳일 수도 있다”면서 “또 일부 학교에서는 예체능 전공생을 제외하고 사교육을 금지한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편견 섞인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장한(42)씨는 “제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선 대안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은근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며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일반 학교에 안 간 건가 하는 편견도 존재했다.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과 인식 개선을 통해 명실상부 인정받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졸업생들은 기독대안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토대로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씨는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수고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남을 돌보는 것은 사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많은 젊은이가 진리에서 떠나 각자의 이권만 생각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 같아 경각심이 들 때가 있어요. 옳다고 믿는 것도 없고 수고도 하지 않으면 편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기독교 가치를 따라 남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어요.”

초등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강씨는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해 학교 폭력이나 각종 위기에 노출된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하지만 단순한 감정에만 그치기보단 대안학교에서 배운 기독교 정신을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위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에요.”

유경진 최경식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