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결과가 이첩 후 회수된 시기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10차례 이상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장관은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한 적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다양한 국방현안 소통을 위한 통화였다”고 설명했다.
4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화기록에 따르면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1~8일 총 13차례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다. 지난해 8월 2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달리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고, 국방부는 기록을 회수했다.
신 장관은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통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신 장관의 과거 발언과 일부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때 “제가 이 문제에 본격 개입하게 된 게 8월 11일”이라며 “그 전까지는 장관님의 판단이나 엄정한 수사에 여당 간사가 전화하는 게 방해될까 봐 안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신 장관 발언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고 신 장관은 “한 번도 전화한 적 없다”고 재차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둘의 통화와 관련해 “(신 장관이) 당시 장관이었던 이 전 장관과 국방 운영, 초급간부 여건 개선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그 시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쭉 소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의 ‘통화한 적 없다’는 발언에 대해선 “채 상병 사안에 대해 통화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해 8월 2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그런데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 회의 때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과 문자나 전화를 받은 게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박 전 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는 전날 JTBC 방송 토론에서 통화 내역 공개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작년에 수도 없는 거짓말을 해와서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한 것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실과 장관의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을 예방한 뒤 채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파헤칠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관계자를 소환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