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증금 어떡해” HUG, 전세사기 피해 보증금 지급 판결에 항소

입력 2024-06-04 16:25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HUG가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항소를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일단 HUG는 항소와 무관하게 1심 판결금을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항소가 임차보증금 보증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지, 판결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4일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HUG는 1심에서 패소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지난 3일 법원에 제출했다. HUG는 “임대보증금 보증의 법정 성질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달 28일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HUG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보증보험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계약서를 위조해 HUG와 임대차 보증보험을 맺었고, 이 보증서를 A씨에 제공했다. A씨는 HUG의 계약서를 믿고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B씨의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HUG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 A씨에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씨는 결국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기망행위를 사전에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HUG가 보증금 1억4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승소 판결 후 엿새 만에 HUG가 항소 결정을 하자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항소한 것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전세 사기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HUG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항소를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대보증보험의 가입자는 임대인이기 때문에 HUG와 임차인의 직접 계약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임대인의 사기 행위로 임차인이 피해를 봤지만 HUG 입장에서 임차인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HUG는 임차보증금 보증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항소 결과가 나오기 전 1심 판결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며 “판결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항소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