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각자도생…주도권 다툼으로 동상이몽

입력 2024-06-04 11:31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구역 통합, 광역경제권 조성, 자유경제구역 확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당초 공동발전을 꾀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구성한 상생발전위원회는 2년 가까이 개점휴업 형국이다.

4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달 8일 제22대 전남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가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남특별자치도(특자도)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도는 에너지와 관광, 농어업 등 비교우위 자원을 활용해 지역발전을 추구하려면 자치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자도로 출범하게 되면 각 중앙부처가 가진 행정권한을 대폭 넘겨받아 자치행정 재량권이 확대된다.

김 지사는 “행정권한 대부분이 중앙부처에 집중돼 해상풍력기 하나도 바다에 마음대로 설치할 수 없다”며 “실질적 자치권한을 확대하고 ‘무늬만 지방자치제’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속도감 있게 특자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김 지사가 예산정책협의회를 포함해 지난달에만 3차례나 특자도 출범을 언급하자 광주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김 지사의 특자도 추진 발언 직후인 지난달 21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통합추진 발언에 윤석열 대통령이 호응한 상황인 만큼 대구·경북을 시범지역으로 삼는 것도 좋겠다”며 행정구역 통합에 긍정적으로 언급해 대조를 보였다.

강 시장은 이날 “행정구역 통합의 큰 방향에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교통과 경제 분야의 선제적 통합과 장기적 행정구역 통합 소신을 의도적으로 피력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역주의를 벗어나 초광역 협력을 이뤄야 공동 번영한다는 의미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달 2일 경계를 맞댄 반경 30㎞ 이내의 나주 담양 화순 함평 영광 장성 등 6개 시군과 ‘빛고을 광역경제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통근·통학 인구만 연간 6만5000여명에 달하는 반나절 생활권인 만큼 주거, 일자리, 문화소비, 쇼핑 등 영역에 광역경제권을 구축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상급단체인 도는 “사전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현재 특자도는 제주, 강원, 전북 등 3곳에 달한다.

시가 올 들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경제자유구역 확대 문제도 두 광역단체가 상반된 의견으로 맞섰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가 함평·장성 등 전남 일부를 포함한 경제자유구역 확대방안을 총선 과제로 발표하자 도는 일방적 선정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도는 2020년 광주경제자유구역 최초 지정 당시 이미 ‘부동의’ 의견을 표명했다며 현행법상 함평·장성군이 찬성해도 전남도의 동의 없이는 경제자유구역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와 도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자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운명체인 두 광역단체가 상생발전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2014년 시와 도가 공동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상생발전위원회는 해마다 개최되다가 2022년 7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선임 광역단체인 시는 위상강화에만 치중해 주도권을 쥐려고 하고 시가 분리·독립해 나온 전남은 정체성 약화 우려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진정한 지역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즉각 허심탄회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