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50채가 넘는 ‘깡통전세’가 발생해 피해자가 속출했다. 알고 보니 현직 변호사가 투자 법인을 앞세워 빌라 50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MBC에 따르면 현직 부동산 전문 변호사 조모씨는 자신이 설립한 부동산 법인 명의로 세입자들과 전세 계약을 했다. 경기도 오산 평택 수원 광주 인천 등에서 확인된 것만 50채였다. 지금까지 17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나머지 세입자들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씨는 3년 전부터 경매를 통해 집을 싼값에 사들였고, 계약은 자신이 세운 부동산 투자 법인명으로 진행했다. 변호사가 부동산 법인을 세우려면 지방변호사회에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조씨는 가짜 법인 대표를 내세워 심사를 피했다.
세입자들은 실소유주인 조씨가 변호사라고 해서 믿고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나자 조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기는 어려웠다. 계약을 체결한 임대 법인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대표 개인은 배상 청구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세대별로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5000만~1억원이었다. 대부분 20~30대였다. 이곳에 사는 피해자 이모씨는 “투잡을 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씨는 취재진에 오히려 “피해자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입자가 빌라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찾는 길도 있으니 피해자는 없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경매로 이걸 넘겨서 자기들(피해자)이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보증금을 어떻게 돌려줄 계획인지 묻자 그는 “정리해서 돌려준다고 하잖아요. 팔거나 해서”라며 “지금은 안 팔린다”고 했다. ‘개인 재산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개인 재산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깡통전세 문제가 터질 거라는 예측을 당시에는 안 했다. 이렇게 금리가 오를 줄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해 사기죄 성립 여부를 수사 중이다. 조씨는 과거 폭행과 손괴, 수임료 반환 위반 등으로 세 차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