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대상에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측에 지출된 219억여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지난달 30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을 판결하면서 재산분할 대상에 2011~2019년 부부공동생활과 무관하게 지출한 기타 가계비 125억6200만원을 포함했다.
또 2016~2019년 지출된 혼외자 학비 5억3400만원, 2017~2019년 부부공동생활과 무관한 임차비용 16억600만원 등도 포함됐다. 2018~2019년 티앤씨재단 출연금 49억9900만원, 2016~2019년 김 이사장 가족에 대한 대여금 채권과 김 이사장에게 이체된 금원 각각 11억700만원, 10억9700만원도 분할 대상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부부공동재산을 임의로 부정행위의 상대방인 김 이사장에게 지출하는 등 일방적인 처분행위를 한 것이고 이는 ‘부부공동재산의 유출’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20억원이라는 이례적 위자료를 산정하면서도 최 회장의 재산과 지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판결을 선고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보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최 회장이 별거 이후 동거인인 김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을 지출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을 상대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위자료를 1심의 20배인 20억원으로 높였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SK그룹의 성장에 최 회장의 경영 성과, 선대 최종현 회장이 설정한 그룹 발전의 비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도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전 회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인정하고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 회장이 결혼 생활 중이던 1994년 매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현재 주식회사 SK 지분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부부 공동으로 취득한 재산의 증가에 노 관장이 오랜 기간 ‘내조’를 통해 기여했다는 취지로 재판부는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것이냐가 상고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