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계획 발표 후 시행을 8일간 늦춘 치킨 브랜드 BBQ가 인상 시기를 5일간 더 미루자 “곧 오르니 지금 당장 치킨 사먹으라”는 식의 절판 마케팅을 하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맹점주들은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기다리면서도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BBQ는 31일로 예정됐던 권장소비자가격 조정 정책의 시행 시점을 다음 달 4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게 BBQ 설명이다.
BBQ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말에 매출이 높은 경우가 많다. 주말 동안 가격 인상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5일을 더 미뤘다”고 말했다.
BBQ는 이날 23개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할 예정이었다. 원래 이달 23일부터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31일로 8일간 늦췄는데 다시 이번 주말을 포함해 5일을 더 미룬 것이다.
가격 인상을 재차 미룬 이유에 대해 BBQ는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가격 인상 시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오른다. 원·부재료 가격이 오르고 배달 플랫폼 수수료 7.4%를 비롯한 부대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게 인상의 주요 이유다.
식품업체나 외식업체가 가격 인상 시점을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그 기간이 불과 며칠 정도로 짧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와 가맹점주 모두 ‘올리는 거냐, 마는 거냐’ 하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BBQ가 갑작스럽게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며 “소비자나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인상 여부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BBQ 내부에서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 시기를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BBQ 가격 인상 계획이 재차 변경되자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그냥 올리기 전에 많이 사먹으려고 간보는 거냐” “얼른 시켜먹도록 유도하는 듯하다”며 잇단 가격 인상 유예를 BBQ의 마케팅 전략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격을 갑자기 올리면 안되니까 소비자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가맹점주들의 한숨도 깊다. 한 BBQ 점주는 “원가가 너무 많이 올라 남는 게 없는 상태”라며 “가격을 올리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 비싸서 손님들이 시키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 배달 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효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