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줄게! 퇴근길 다오” 택시기사로 탈바꿈한 목회자?

입력 2024-05-31 12:55 수정 2024-05-31 12:55
김윤기(오른쪽) 박주안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 주차된 차랑 앞에서 하이택시 사역을 출발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I TAXI(하이 택시).’

3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앞 대로. 주차된 흰 차량 보닛(엔진 덮개) 위에 부착된 문구가 눈길을 붙잡았다. 김윤기 박주안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가 택시기사를 연상케 하는 조끼를 입고는 이 차량에 올랐다.

차 안에 들어서자 “하이청년부 직장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러 갑니다”라고 적힌 전단이 탑승객을 맞이했다. 연동교회 청년부가 새롭게 심방 아이템으로 마련한 ‘하이 택시’ 사역이었다. 청년부 목회자들이 직장을 다니는 청년부원들의 퇴근길을 도우면서 기도 제목과 일상을 공유한다는 목적이 담겼다.

국민일보는 이날 하이 택시 사역에 동행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 양천구 한 빌딩. 이곳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는 청년부원 박예송(27)씨가 하이 택시 사역의 첫 손님이었다. 두 목사는 퇴근한 박씨를 반갑게 맞이하며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건넸다. 그러면서 네비게이션에 박씨의 집 주소를 입력하고는 운전을 시작했다.

김윤기(오른쪽) 박주안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와 청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 목사 제공

차량에선 근황을 나누며 자연스레 심방 분위기로 이어갔다. 생업에 종사하며 힘든 일은 없었는지, 기도 제목은 무엇인지 등 여러 대화 주제를 나누다 보니 금세 도착지에 다다랐다. 박씨는 “집과 직장이 가깝다보니 심방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쉬웠다”면서도 “목사님들 덕분에 편하고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다음에 또 하이 택시에 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목적지는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빌딩. 이곳까지는 차로 약 1시간이 걸렸다. 오후 5시 두 번째 손님인 홍혜림(27)씨가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하굣길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두 목회자는 앞선 차례와 마찬가지로 간식을 건네며 홍씨의 집으로 향했다.

홍씨는 다음 달 인턴직 계약이 종료된다고 했다. 그는 “퇴사 전 하이 택시 사역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목사님들이 이렇게 퇴근길을 도와줘 지옥철을 안 타도 되니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최근 기분 좋았던 일을 소개하며 자신의 기도 제목도 공유했다.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자만과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어요.”

박 목사는 이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하나님께 주권을 맡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라며 “혜림이를 위해 늘 기도하고 축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홍씨의 신청곡인 어노인팅의 ‘우린 주를 만나고’를 틀며 함께 찬양했다. 찬양 화음을 맞추는 이들의 모습에서 마치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박주안(왼쪽) 김윤기 연동교회 청년부 목사가 30일 서울 동작구 홍씨의 집 앞에서 하이택시 사역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1일 오전 1시 두 목사는 자정에 일을 마친 청년을 포함해 총 6명을 집에 데려다줌으로써 하이 택시 사역 1일차를 마무리했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사역을 펼친 목회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목사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퇴근 후에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피로감도 느낀다. 이는 퇴근시간이 청년들의 영적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란 말”이라며 “이 적기에 맞춰 청년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기도 제목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믿음을 지켜줄 수 있다. 또 저도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면서 영적인 도전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하이 택시 사역이 청년뿐만 아니라 신앙의 중추를 맡는 30·40세대에게도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김 목사는 “그동안 직장에 출근하는 청년들을 심방을 통해 보기 힘들었다. 점심시간 등을 할애해 만나려고 계획하면 바쁜 청년들은 회사 일정이 생겨 파투 나는 일이 적지 않게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하이 택시 사역은 이들의 퇴근을 돕는 동시에 신앙 상담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30·40세대는 직장에 다니는 비율이 청년보다 높다. 집을 방문하는 심방도 좋지만, 이들의 퇴근 시간을 이용해 ‘택시 심방’하는 것도 30·40세대의 믿음을 지키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