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30일 북한이 주민 자녀 이름에 ‘통일·한국·하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나 대외매체에서는 남북관계나 통일이 연상되는 용어가 삭제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재설정한 북한이 남측 흔적 지우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자녀 작명 시 통일, 한국, 하나 등의 사용을 금지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반도 통일이나 남한을 연상시키는 그 어떤 것도 쓰지 말라는 취지의 상부 지시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미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조선은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이라고 명시한 ‘지리’ 코너를 삭제했다. 선전매체 내나라 홈페이지에서는 사회주의헌법 배너를 비활성화했다. 헌법 9조에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이라는 조문이 담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남인식을 전환한 이후 주민을 대상으로 대남 대적관을 주입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체제결속에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위협을 가할 때마다 대남 위협발언을 내놓고 있다”며 “국제정세 긴장 원인을 미국, 서방국가 탓으로 돌리며 중·러 중심의 반미 반제연대 외교를 정당화하는 것도 외부 적대상황을 부각하는 시도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통일전선탑이 남아있고 애국열사릉 내에 통일 문구가 남아있는 등 대남흔적 지우기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지는 못한 측면도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다음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최고인민회의를 열면 대남흔적 지우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원회의에서 개헌을 비롯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논의를 하고 최고인민회의 후 외무성을 통해 대남 조치를 발표하거나 경의선 단절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