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민희진 해임 못한다… 法 “배신적 행위여도 배임은 아냐”

입력 2024-05-30 15:41 수정 2024-05-30 16:26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 사진)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뉴시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HYBE)를 상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긴 했지만, ‘배신적 행위’ 일뿐 ‘배임’은 아니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30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에 대한 해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에 대한) 해임사유나 사임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다”고 봤다.

그러나 ‘모색’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고, 비록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의결권 행사금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며 의무 위반에 대한 배상금을 200억원으로 정했다.

앞서 민 대표는 지난 7일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어도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민 대표 측은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뉴진스)와 어도어의 기업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는 지난달부터 이른바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시도 의혹’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달 25일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이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실적이 좋은 대표를 몰아내는 것이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