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온기가 담긴 순대국 한 그릇…”

입력 2024-05-30 15:10 수정 2024-05-30 17:03
정상무 성남 수정교회 목사가 30일 사모와 함께 일하는 목회자로서 운영하는 성남선순대국 앞에서 중장년 1인 가구들을 위해 순대국을 대접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포토그래퍼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남한산성입구역 2번 출구 금광시장 앞. ‘성남선순대국’ 식당엔 홀로 국밥을 뜨는 중년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남한산성 아래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이 동네엔 유독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이들에게 새벽부터 머리 고기를 삶고 사골을 고아 정성껏 순대국밥을 내놓는 이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수정교회 담임인 정상무(59) 목사다.

정 목사는 이른바 ‘일하는 목회자’다. 사모와 함께 둘이서 순댓국 식당을 운영하며 대로 건너편 상가 3층에서 어린이들 중심의 개척교회인 수정교회를 이끈다. 정 목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혼밥을 먹는 중년 남성 20명을 위해 순댓국을 대접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자주 오던 40대 손님이 어느 날부터 오지 않으셨어요. 오시면 늘 소주 1병과 순댓국을 들던 분인데, 나중에 같이 왔던 분이 전해주는데 홀로 돌아가셨다고. 이전부터 생각했지만, 그때를 계기로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혼자 사는 중년 분들을 위해 순댓국을 대접하겠다는 뜻을 전했죠. 그랬더니 주민센터에서 쿠폰을 인쇄해서 1인 가구 분들에게 전달했고요. 이분들이 한 달에 한 번 각자 편한 시간에 저희 식당에 들러 국밥을 드시고 계산할 때 쿠폰을 내고 가십니다. 주민센터에선 이 쿠폰의 회수를 통해 1인 가구 분들의 안위를 확인합니다.”

정상무 성남 수정교회 목사가 30일 자신이 주방에서 끓여 내온 순대국을 앞에 두고 개척교회를 이끌며 일하는 목회자로서 소명을 지켜온 일을 언급하고 있다. 성남=신석현 인턴기자

한국사회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의 본질은 급격한 인구변동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인구변동을 예측하고 정책을 내놔도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그에 따라 홀로 맞이하는 죽음, 즉 고독사(孤獨死) 문제가 가장 심각한 정책 대처 수요로 꼽힌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고독사에 대한 이해와 교회의 역할’ 논문을 통해 한국에서 고독사는 일본과 달리 노인층에서 중장년층 특히 50·60세대 남성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전했다. 불경기 속에서 파산하거나 명예퇴직을 당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 겪다가 정신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이에 가족관계가 나빠져 이혼당하고 건강이 악화하고 계속해서 일자리를 구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관계를 끊고 간접적 자살 방식인 고독사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계 단절이 심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자살의 현상과 다르지 않아 보여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독사 예방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공동체 운동에 기반을 둔 자원봉사 시스템”이라며 “대체가족으로서의 공동체가 필요해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한국교회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남=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