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맞대고 오랫동안 살았는데 쓰레기통에 버릴 수 없지 않습니까?”
광주지역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한 곳도 없어 반려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려견과 애묘 등을 키우는 이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사후(死後) 처리가 힘들어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뒤따르는 ‘원정장례’를 감수해야 한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반려동물 누적 등록 건수는 2019년 4만4322마리, 2020년 5만239마리, 2021년 6만4251마리, 2022년 7만2129마리, 2023년 7만9205마리 등 최근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장례시설이 전무해 반려인의 불법 동물 사체 유기와 매립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에 74곳, 인접한 전남에만 반려동물 민간 장례시설 4곳이 문을 연 것과 대조적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하거나 장례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땅에 사체를 묻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광주지역 반려인들은 전남 도내 여수, 목포, 순천, 함평 등 다른 지역에서 원정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원이 이어지자 5개 자치구 중 남구는 마지못해 100㎞ 정도 떨어진 여수 모 장례업체와 최근 ‘반려동물 장례 지원 서비스’ 협약을 맺고 장례비 할인, 봉안당 무료 안치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오는 2027년까지 공공 반려동물 장례시설, 놀이터, 입양문화센터 등을 갖춘 ‘반려동물 복지지원시설’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화장·납골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반대하는 주민 집회와 시위 등이 이어져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올해 2월까지 장례시설 후보지 선정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내년 초 착공하기로 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광주지역 반려인은 37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던 반려동물을 폐기물 취급하고 그 사체를 생활쓰레기 봉투에 그냥 담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민선 8기 광주시장 공약인 공공 장례시설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수년 전 광주 광산구에서 장례시설 운영을 추진한 한 민간업체는 자치구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상반기 중 공공 장례시설 후보지가 구체화하면 설명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며 “해당 주민 동의절차를 거쳐 본격 건립사업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