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화장실 변기에 빠뜨려 숨지게 한 미혼모

입력 2024-05-28 11:50 수정 2024-05-28 15:48

‘아아악...아니 이게 뭐야...’

지난 22일 오후 평소처럼 화장실을 청소하려던 광주 광천동 한 아파트 상가 직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성 화장실에서 변기를 닦으려고 뚜껑을 열어젖히는 순간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장면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화장실 바닥에 나앉을 수 밖에 없었던 직원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상가 직원들도 불길한 예감은 들었지만 처음에는 누군가 화장실에 몹쓸 물건을 남몰래 버렸다고 여겼다.

하지만 핏기가 가시지 않는 남자 신생아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고는 도무지 기절초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젖줄을 뗀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생아를 변기 속에서 발견하게 될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28일 신생아를 화장실에 버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살해)로 2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58분쯤 광주 서구 광천동 한 상가 화장실에서 예정에 없던 출산을 하게 되자 신생아를 변기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생아 시신은 화장실 청소를 하던 상가 관계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인면수심’의 신생아 유기사건을 접한 경찰은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샅샅이 뒤졌다. 방대한 분량의 영상을 분석하고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신고 접수 닷새만인 지난 27일 광주의 한 주택에서 용의자 A씨를 검거했다.

미혼모인 A씨는 경찰이 추궁하자 “양육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데다 아이를 혼자 양육할 자신도 없고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게 두려워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생아 사인이 익사·저체온증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 결과와 범행을 시인한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